본문 바로가기

시 韻文 Verse28

김승희 "새벽밥" 한국 (2006) c̅ 클로버 747TF 2021년 1월 25일 월요일, 오전 7시 42분 영상 1도. 남의 아픔을 그들만의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세상의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남의 감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영혼의 감수성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문학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 아래는 김승희의 시입니다. 하얀 별이 밥이 될 정도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들을 무르익게 하기 위해 품고 있어야 합니다. 새벽밥, 김승희*作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P.S. 2021년 1월 25일, 이 글을 마지막으로 타자기로 시를 음미하는 일은 잠시 그만두었습니다. 왜냐하면 202.. 2023. 11. 4.
문정희 "남편", 한국 (2004) c̅ 클로버 747TF 2021년 1월 22일 금요일 오전 6시 24분 안개 3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먼 남편 :) 이 시를 읽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의 파도를 넘으며 함께 산 지 10년이 지났는데 올 여름에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요? 남편, 문정희*作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 2023. 11. 4.
황동규 "즐거운 편지", 한국 (1958) c̅ 마라톤 Teens 2021년 1월 21일 목요일 오전 7시 19분 1도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들은 보통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그런 시들이 한국적 정서로 흐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 시는 즐겨지는 것이 아니라 주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입제도에서 수십 년이 지나 마주한 시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낀다면 우리의 입시제도가 우리에게 정서에 씨앗을 심어주지는 않았을까요? 즐거운 편지, 황동규*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2023. 11. 4.
김남조 "그대 있음에", 한국 (1964) c̅ 마라톤 1000DLX 2021년 1월 18일 월요일 오전 7시 14분 대체로 흐림 영하 5도 인생은 복잡한 인간관계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해와 관용은 필수적이지만 감정과 피로가 우리의 영혼을 고통스럽게 한다면 우리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 관계와 외로움은 반대 지점에 있고 외로움보다 애정에 둘러싸인 것이 더 행복합니다. 그대 있음에, 김남조*作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김남조(1927-.. 2023. 11. 4.
송찬호 "찔레꽃", 한국 (2006) c̅ 클로버 747TF 2021년 1월 10일 일요일 오전 7시 36분 맑은 날씨 영하 17도. 며칠 동안의 출장으로 새벽에 시를 노래하지 못했습니다. 일상이 갑작스럽고 빠릅니다. 바쁜 일 때문인지, 도시의 속도가 낯설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쨌든 속리산과 구병산 줄기가 만나는 보은군 마로면에는 시인이 한명 살고 있는데, 이 송찬호 시인은 평생을 충북 보은에서 살고 있는 농민 시인입니다. 찔레꽃, 송찬호*作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 2023. 11. 4.
서정주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한국 (1966) c̅ 클로버 747TF 2021년 1월 3일 일요일 오전 7시, 맑음, 영하 11도. 때때로 사람을 말함에 있어서 공과의 역설이 있습니다. 오늘의 시를 쓴 시인도 그렇습니다. 그는 뛰어난 시적 자질과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광복 전후 한국 문단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일제 강점기에 친일과 반인도주의 활동을 한 것과 신군부 시절의 행적은 역사적 평가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作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徐廷柱 1915-2000)는 .. 2023. 11. 4.
성미정 "사랑은 야채 같은 것", 한국 (2003) c̅ 클로버 747TF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오전 5시 대체로 맑음 -13도. 영혼을 만지고 가꾸는 일이 소중합니다. 아침에는 커피를 끓이고 시를 타자를 치고 첼로 변주를 듣는 시간이 제 영혼만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면 북유럽 국가들의 '얀테의 법칙'(Jantelagen)이나 Irving Janis의 'Groupthink'같은 관념에서 늘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그런 생각들은 죽은 자들의 경전 속에서나 영원할 것입니다. 산 자들은 몸의 흐름처럼 매일 변하는 감정들로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의 시는 이런 가락들에 유쾌한 답을 줍니다. 오늘도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 겠습니다.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作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2023. 11. 4.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 (1985) c̅ 클로버 747TF 2020년 12월 30일 수요일 오전 7시 흐림, 영하 11도. 참고 기다리기엔 교훈이 씁쓸합니다. 이 타자기에 익숙해지는데 한달이 걸렸는데 아직도 오타가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오타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하요. 요즘 세상은 시 한편으로 아주 재미있는데, 이를 통해 '사랑해'라는 단어의 새로운 의미를 꼭 알고 싶습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 2023. 11. 4.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한글 (1981) c̅ 클로버 747TF 2020년 12월 29일 화요일 오전 7시, 섭씨 0도. 인생은 참으로 신비롭다.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作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 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 2023. 11. 4.
김소월 “먼 후일”, 한국 (1922) c̅ 클로버 747TF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오전 7시 안개 섭씨 2도. 오늘은 선배 교수님을 만나는 날입니다. 앞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시는 김소월의 시입니다. 1922년 그는 이 '먼 후일'을 포함하여 30편의 시를 썼습니다. 먼 후일(後日), 김소월*作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김소월(金素月, 1902-1934)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본명은 김정식(金廷湜)이지만, 본명보다 소월(素月)이라는 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일제 강점기에는 서양 시가 아닌 민족 고유의 한국 정서를 담은 시를 썼기 때문.. 2023. 11. 4.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한국 (1926) c̅ 클로버 747TF 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아침 7시, 영하 2도. 한 타자기가 이렇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받은 클로버 747TF는 수억의 재산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줍니다. 어제는 할머니의 90번째 생신이었고, 가족 모두에게 전화를 거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녁에는 4명의 가족이 모여서 와인, 주스, 소고기, 스시, 카나페, 간식을 즐겼습니다. 웃음이 터지는 저녁이었습니다. 오늘의 시는 40대 중후반 사랑의 이유를 노래한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의 시입니다.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 2023. 11. 4.
이성복 "서시", 한국 (1986) c̅ 클로버 747TF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어제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였는데, 소중한 동생이 찾기 힘든 한글 타자기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여의 검색 끝에 드디어 좋은 타자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타자기의 이름은 '클로버 747TF'입니다. 1983년 경방기계공업(주)(경방기계공업주식회사 京紡機械工業株式會社 K-mek co., ltd.)에서 출시했습니다. 이름에서 T는 'Tabulator Key', F는 'Fast Space Bar'를 뜻합니다. 케이멕의 타자기는 일본의 실버리드 타자기 라이선스를 받아 북미에서 렘스타나 샌더 브랜드로 판매되었습니다. 새로운 타자기로 다시 한 편의 한시를 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데 예쁜 시를 찾아보니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시가.. 2023. 11. 4.
신동엽 "어느 해의 유언", 한국 (1975) c̅ 마라톤 1000DLX 2020년 12월 22일 화요일 맑음, 영하 4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안식년을 보내고 돌아온 한국은 2020년이 되어 무척이나 평온해 보입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오늘은 신동엽 시인의 시를 골랐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유언"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이 시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느 해의 유언, 신동엽*作 뭐⋯⋯. 그리 대단한 거 못되더군요 꽃이 핀 길가에 잠시 머물러 서서 맑은 바람을 마셨어요 모여 온 모습들이 곱다 해도 뭐 그리 대단한 거 아니더군요 없어져 도리하며 살아보겠어요 맑은 바람은 얼마나 편안할까요. *신동엽(신동엽 / ŋ ʌ ̚ 申東曄/ ɕ, 1930-1969)은 한국의 시인이다. 김수영(1921-1968)과 함께 그는 .. 2023. 11. 4.
Abraham Lincoln "Gettysburg Address", 미국 (1863)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영하 6도. 그렇죠. 오늘 타자는 시가 아니라 연설입니다. 지금까지 한글 타자기로 한글 시를 타이핑해서 소개하려고 했는데 영어 타자기를 써볼까 하다가 에이브러햄 링컨이 떠올랐습니다.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워싱턴 D.C.에 들렀다가 커다란 링컨 동상을 보게 됐는데 처음에는 신격화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의 큰 분열을 극복한 사람으로서, 건국국가의 가치를 지키는 사람으로서, 관계의 극단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링컨이 태어난 켄터키의 폐허와 그가 묻힌 일리노이의 스프링필드를 가보고 느낀바는, 세상에는 분열하는 사람과 화합하는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가족부터 화합하면 좋겠네요. 작은 일에서 벗어나 가족이 행복.. 2023. 11. 4.
백석 "여우난 곬족", 한국 (1936)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맑음, 영하 9도. 오는 26일이 할머니의 구순이 되는 날입니.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행사가 모두 취소되어 너무 슬프네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을 정도로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는 이 추운 계절, 충북 옥천과 보은의 경계에 위치한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친척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즐기곤 했습니다. 이런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국의 유명한 시인 백석의 시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문학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백석의 시 '여우난 곬족'은 여우가 태어난 마을을 뜻합니다. 이 시는 젊은 화자가 명절을 보내기 위해 부모와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큰집.. 2023. 11. 4.
득오 "慕竹旨郞歌", 통일신라 (692-702) c̅ 마라톤 910TR 2020년 12월 17일 목요일, 맑음, 영하 12도. 스트레스에 대한 문턱이 낮은 것은 정서와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인의 기질의 문제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 중 하나로 통일신라시대의 고시인 '모죽지랑가'((竹之郞歌)를 적어봅니다. 고대 한국의 삼국통일전쟁의 영웅 죽지랑이 노동에 끌려가 고통받는 부하 득오를 구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옛 한국의 고전시인 '향가'(鄕歌)입니다. 이 구난을 경험한 득오가 쓴 시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죽지랑은 갑자기 부하인 득오가 열흘 가까이 나오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유를 묻자 인사도 못하고 떠난 그가 한 지방 관리에 의해 창고 관리로 임명되었다는 것이었습.. 2023. 11. 4.
이형기 "낙화", 한국 (1957) c̅ 마라톤 910TR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영하 11도입니다. 어제 복잡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소파에 쓰러졌는데 그만 둘 때가 된 것일까요? 하지만 매일 시를 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영혼을 위한 시입니다. 오늘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입니다. 그런데 어제 새로운 타자기를 받았는데요. 마라톤사의 910TR입니다. 1986년 한국 아시안 게임 때 마라톤사가 수동 타자기를 납품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타자기 위에 동그란 라벨이 있는데 이 글자체가 예쁘고 글씨체가 가볍게 칠 수 있어서 좋은 타자기입니다. 낙화, 이형기*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 2023. 11. 4.
정지용 "향수", 한국 (1927) c̅ 마라톤 1000DLX 2020년 12월 15일 맑음 오늘 타자기를 하나 더 들여올까 생각 중입니다. 네벌식 타자기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향수, 정지용*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 2023. 11. 4.
이상 "建築無限六面角體", 한국 (1932)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14일 월요일 흐림. 세상이 점점 더 경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멈추기를 바랍니다. 建築無限六面角體, 이상*作 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 四角이난圓運動의四角이난圓運動의四角의난圓. 비누가通過하는血管의비눗내를透視하는사람. 地球를模型으로만들어진地球儀를模型으로만들어진地球. 去勢된洋襪.(그女人의이름은워어즈였다) 貧血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平行四邊形對角線方向을推進하는莫大한重量. 마르세이유의봄을解纜한코티의香水의마지한東洋의가을 快晴의空中에鵬遊하는Z伯號. 蛔蟲良藥이라고씌어져있다. 屋上庭園. 원후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무아젤. 彎曲된直線을直線으로疾走하는落體公式. 時計文字盤에XII에내리워진二個의侵水된黃昏. 도아-의內部의도아-의內部의鳥籠의內部의카나리야의內部의감殺門戶.. 2023. 11. 4.
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한국 (1948) c̅ 마라톤 1000DLX 2020년 12월 11일 금요일 백석의 시에 영어 번역이 많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박각시 오는 저녁, 백석作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 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2023. 11. 4.
박목월 "나그네", 한국 (1946) c̅ 마라톤 1000DLX 2020년 12월 10일 목요일 오늘은 박목월의 시를 골랐습니다. 는 조지훈의 에 박목월이 화답한 시로, 1946년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이 발표한 세 편의 합동시집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의 부제는 으로,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오랜 화답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타자기를 바꿨습니다. 컬러풀한 마라톤 1000DLX 한글 4벌식 모델입니다. 이 1000DLX 한글 4벌식 모델은 귀한 파란색입니다. 게다가 공장 디폴트와 같은 정품입니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하부와 휴대용 케이스의 변색을 제외하고는 특유의 파란색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상판과 본체의 색상 차이가 조금 있었습니다. 하드 케이스는 손잡이와 브래킷을 교환해 주었습니다. 전면 오른쪽에 깨진 부분.. 2023. 11. 4.
김현승 "가을의 기도", 한국 (1956)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9일 사랑하는 후배가 오늘 개업을 하는데 사실 편지를 쳐서 개업일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벌써 도착했네요. 오늘에 맞춰서 작은 화분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잘 도착할지 모르겠습니다. 성공적인 개업을 기원합니다. 오늘 타이핑은 어제 했던 시와 똑같은 시인데 어제 소리가 너무 안 좋아서 재생목록에 교체하려고 다시 작성합니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 2023. 11. 4.
김춘수 "꽃", 한국 (1952)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6일 일요일 흐림. 새 타자기 리본을 구입했습니다. 타자가 더 선명해졌네요.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 타자기 실력이 늘지 않고 오타가 많습니다. 어제는 헌법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동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동생은 제 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동시에 두 대 찍었네요. 더 좋은 음향으로 편집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간단히 손쉽게 편집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꽃, 김춘수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2023. 11. 4.
백석 "남시의주 유동 박시봉방", 한국 (1948)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5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떤 시를 쳐야 할지 설렘이 있습니다. 한글 4글자 세트 키 레이아웃이 꽤 익숙해졌지만 오타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오타를 보면 매우 괴롭습니다. :) 오늘은 우리나라 시인들이 낭송하는 가장 유명한 시를 골랐습니다. 절망을 승화시켜 자기 연민에서 자기 소유로의 의식의 흐름을 다룬 시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시 제목은 편지에 적힌 발신인의 주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남신주 유동(신의주 남쪽)에 있는 박시봉의 집에서라는 뜻입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作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 2023. 11. 4.
김소월 "진달래꽃", 한국 (1941)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4일 진달래꽃. 이 시는 항상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로 가장 먼저 언급됩니다. 김소월은 일제 강점기에 민족 고유의 한과 정서를 담은 시를 지어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소월은 가장으로서 삶의 고뇌와 일제하 현실에 대한 비판 등 현실적인 문제에 매우 신경을 썼습니다. 한국 귀화 필기 시험에는 이 시를 누가 썼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김소월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이는 한국에서 상식으로 통합니다. 시에서 언급한 영변의 약산은 북한에 있어서 남한 사람들은 6·25전쟁 이래로 자유롭게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시에 등장한 영변은 핵시설이 있는 바로 그 영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영변 핵시설 주변의 오염도가 너무 심해 .. 2023. 11. 3.
윤동주 "별헤는 밤", 한국 (1941)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2020년 12월 3일에 씀. 아침 잠이 없는 최근에 조용한 새벽을 자주 마주합니다. 이때면 타자기를 꺼내서 윤동주의 시를 다시 써보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겠다고 말한 그. 길림성 대성중학 출신으로 연희전문을 거쳐 일본에 유학에 갔다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원임 모르게 숨진 윤동주. 그는 밤하늘에 올라 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 속에 빛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어린 나이에 이런 감수성을 가졌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오늘도 그의 글귀를 되새겨 봅니다. 별헤는 밤, 윤동주作 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여지는 별을 이.. 2021. 8. 8.
윤동주 "서시", 한국 (1941)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한글 타자기. 최초의 한글 활자 타자기는 1938년 서울에 안과를 개원한 한국 최초의 안과 전문의인 공병우 박사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공병우 이전의 한글 타자기는 연구 및 시연 단계였고, 1960년대까지 한국어 자판 배열은 무려 13가지나 되었습니다. 1969년, 한국 정부는 다양한 종류의 한국 타자기를 4벌식으로 통합하여, 1970년대에는 정부 표준인 4벌식 타자기가 한국에서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후 1985년 한국 정부는 4자 기준을 폐지하고 2자 기준을 국가 표준으로 제정하게 됩니다. 아래 'Smith-Corona Classic 15'는 한글 4벌식 타자기입니다. 표면에는 SCM 로고가 있습니다. 1962년에 스미스 코로나 회사가 SCM Corporation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므로 1962년.. 2021. 1. 4.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만난 한글타자기 2020년 클로버 747TF 타자기를 들였습니다. 이 타자기를 들이고 나서 행복한 여운이 일주일을 갔습니다. 매우 깨끗했고, 활자 상태도 좋았으며, 땡 하는 아름다운 캐리지 리턴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별히도 이 타자기는 4벌식으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타자를 쳐야 했는데, 긴 글에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직관과 상상력이 응축된 글이 필요했습니다. 메마른 영혼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축복을 내리기 위해 선택한 시. 시는 단발마의 감성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수사와 은유가 담긴 글귀입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전전긍긍하며 가련한 인생을 사는 것만큼 쓸쓸한 일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좋아하는 싯귀를 자판으로 누르며 활자를 익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결국은 새벽 커피를 함께 즐기며 시적.. 2021. 1. 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