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0일 일요일 오전 7시 36분 맑은 날씨 영하 17도.
며칠 동안의 출장으로 새벽에 시를 노래하지 못했습니다. 일상이 갑작스럽고 빠릅니다. 바쁜 일 때문인지, 도시의 속도가 낯설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쨌든 속리산과 구병산 줄기가 만나는 보은군 마로면에는 시인이 한명 살고 있는데, 이 송찬호 시인은 평생을 충북 보은에서 살고 있는 농민 시인입니다.
찔레꽃, 송찬호*作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얬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송찬호(宋燦鎬 1959-)는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에 '금호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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