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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韻文 Verse

이형기 "낙화", 한국 (1957) c̅ 마라톤 910TR

by 여우ㅤㅤ 2023. 11. 4.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영하 11도입니다.
어제 복잡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소파에 쓰러졌는데 그만 둘 때가 된 것일까요? 하지만 매일 시를 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영혼을 위한 시입니다. 오늘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입니다. 
그런데 어제 새로운 타자기를 받았는데요. 마라톤사의 910TR입니다. 1986년 한국 아시안 게임 때 마라톤사가 수동 타자기를 납품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타자기 위에 동그란 라벨이 있는데 이 글자체가 예쁘고 글씨체가 가볍게 칠 수 있어서 좋은 타자기입니다.

낙화, 이형기*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李炯基, 1933~2005)는 17세에 문예지 '비 오는 날'로 등단이래 55년간 시 뿐만 아니라 비평, 소설, 수필 등을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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