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 목요일 오전 7시 19분 1도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들은 보통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그런 시들이 한국적 정서로 흐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 시는 즐겨지는 것이 아니라 주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입제도에서 수십 년이 지나 마주한 시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낀다면 우리의 입시제도가 우리에게 정서에 씨앗을 심어주지는 않았을까요?
즐거운 편지, 황동규*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黃東奎 1938-)는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영문학자이다.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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