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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韻文 Verse

이성복 "서시", 한국 (1986) c̅ 클로버 747TF

by 여우ㅤㅤ 2023. 11. 4.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어제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였는데, 소중한 동생이 찾기 힘든 한글 타자기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여의 검색 끝에 드디어 좋은 타자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타자기의 이름은 '클로버 747TF'입니다. 1983년 경방기계공업(주)(경방기계공업주식회사 京紡機械工業株式會社 K-mek co., ltd.)에서 출시했습니다. 이름에서 T는 'Tabulator Key', F는 'Fast Space Bar'를 뜻합니다. 케이멕의 타자기는 일본의 실버리드 타자기 라이선스를 받아 북미에서 렘스타나 샌더 브랜드로 판매되었습니다. 
새로운 타자기로 다시 한 편의 한시를 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데 예쁜 시를 찾아보니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시가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한다면 보통 사랑의 감정만 생각하시나요? 세상이 모두 낭만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듯이 시도 그것만을 노래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저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슬픔도 노래한 이성복 시인의 노래를 소개합니다.

서시, 이성복*作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이성복 시인(李晟馥, 1952-). 이성복 시인은 한국인들이 "모두 아팠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70~80년대를 만든 가장 개성 있고 아름다운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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