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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韻文 Verse

백석 "여우난 곬족", 한국 (1936) c̅ 스미스-코로나 클래식

by 여우ㅤㅤ 2023. 11. 4.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맑음, 영하 9도.
오는 26일이 할머니의 구순이 되는 날입니.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행사가 모두 취소되어 너무 슬프네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을 정도로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는 이 추운 계절, 충북 옥천과 보은의 경계에 위치한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친척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즐기곤 했습니다. 이런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국의 유명한 시인 백석의 시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문학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백석의 시 '여우난 곬족'은 여우가 태어난 마을을 뜻합니다. 이 시는 젊은 화자가 명절을 보내기 위해 부모와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큰집'에 가고, 멀리 사는 이모네 가족이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네 가족이 사는 '큰집'에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즐겁게 밤을 보내는 내용입니다. 할머니, 100살 넘게 살아주세요. 사랑해요, 할머니.

여우난 곬족, 백석* 作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봉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오양간섭 밭마당에 달리고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 가는 집안엔 엄매와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데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 문창엣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꿀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백석 白石(1912~1996)는 젊은 시절 일제 강점기의 한국 시인이자 작가이다. 본명은 백기행 白夔行, 호는 백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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