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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韻文 Verse

성미정 "사랑은 야채 같은 것", 한국 (2003) c̅ 클로버 747TF

by 여우ㅤㅤ 2023. 11. 4.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오전 5시 대체로 맑음 -13도.
영혼을 만지고 가꾸는 일이 소중합니다. 아침에는 커피를 끓이고 시를 타자를 치고 첼로 변주를 듣는 시간이 제 영혼만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면 북유럽 국가들의 '얀테의 법칙'(Jantelagen)이나 Irving Janis의 'Groupthink'같은 관념에서 늘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그런 생각들은 죽은 자들의 경전 속에서나 영원할 것입니다. 산 자들은 몸의 흐름처럼 매일 변하는 감정들로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의 시는 이런 가락들에 유쾌한 답을 줍니다. 오늘도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 겠습니다.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作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한국의 시인 성미정(成美旌 1967-)은 1994년 '현대시학 (現代詩學)'에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으며, 1967년 강원도 정선(旌善)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江原大學校) 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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