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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韻文 Verse

문정희 "남편", 한국 (2004) c̅ 클로버 747TF

by 여우ㅤㅤ 2023. 11. 4.

2021년 1월 22일 금요일 오전 6시 24분 안개 3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먼 남편 :)
이 시를 읽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의 파도를 넘으며 함께 산 지 10년이 지났는데 올 여름에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요?

 

남편, 문정희*作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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