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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映像 Cinema

Doubt, 2008

by 여우ㅤㅤ 2024. 4. 8.

다우트 Doubt는 믿음과 의심 간의 양면을 다룬, 1964년 뉴욕 브롱크스 Bronx의 카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가진 듯 보이는 교장 알로이시스 수녀(메릴스트립 분)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통제하는 엄격한 인물입니다. 한편 1960년대 흑인과 백인 사이의 통합이 시작되던 당대 변화의 시기에 이 학교의 책임을 맡은 플린 신부(필립 쎄이모어 호프먼)는 개혁의지로 충만합니다. 이제 막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온 젊은 교사 제임스 수녀(에이미 애덤즈)는 교장 알로이시스 수녀로부터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신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순진무구한 제임스 수녀는 플린 신부를 따르면서도, 플린 신부가 최초의 흑인학생 도널드에게 베푸는 사랑이 동성애라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이제 제임스 수녀에게서 몇가지 단서를 얻은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플린 신부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갑니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믿음과 의심이라는 양단을 다룹니다. 믿음 좋은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는 플린 신부에게 덫을 놓기 위해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으며, '남의 비행을 쫓는 과정에서는 하느님과도 한 발자국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신묘한 논리를 내세웁니다. 교장 수녀가 선택한 일은 끝없는 통제와 징벌이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아무런 결론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말미에 자신의 믿음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교장 알로이시스 수녀 스스로임을 비추게 됩니다.
가장 신념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는 가장 의심 많은 사람이었다는 패러독스는 영화를 관통하는 픽션이지만, 철저한 감시와 통제는 구성원에 대한 불신에 기반해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직일수록 엄정한 규칙과 원칙을 내세워 통제하고 지배하며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다 더 건강치 못한 집단에선 조직 내에서 통제하고 감시하도록 허락된 인물이 순진한 구성원들을 부추겨 타깃삼은 사람을 예비범죄자 수준으로 내모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인간이 가진 경험의 잣대와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위임받은 권능이 타인에게 현실왜곡장을 펼치며 떨친 권세가 바야흐로 마무리되면, 이제 남은 것은 냉정한 자기객관화와 초라했던 확증편향 사이를 분별해 그간 누렸던 감사의 의미를 깨닫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혼미한 정신승리에 빠져 출구조차 찾지 못했다면 미안한 일에 미안하다 말하지 못하고 고마운 일에 고맙다 말하지 못하는 쓸쓸한 아류로 남기도 합니다.

촬영은 로저 디킨스, John Patrick Shanley 감독의 영화 Doubt이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그리고 아직 현역인 메릴 스트립의 훌륭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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