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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画 Drawing

Passage between the Real and the Unreal

by 여우ㅤㅤ 2024. 2. 18.

한만영은 초현실주의, 극사실주의 등 다양한 사조의 기법적 특성을 보이면서도 그 어느 것에도 결부되지 않은 채 자유로운 실험과 혁신을 통해 독자적인 예술 양식을 구축한 작가. 그는 옛 명화나 잡지 이미지, 오래된 기계 부품, 스마트폰 부속 등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기성 오브제들을 차용하고 이를 시간 및 공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조형 요소로 삼아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예술과 일상, 창조와 복제, 구상과 추상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공간의 기원> 연작을, 1984년경부터 현재까지는 <시간의 복제> 연작을 지속해 오고 있다. 1970년대에는 서양 옛 거장들의 작품 속 인물들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하거나 생략, 변형하고 간헐적으로 교통표지판이나 의미가 불분명한 기호들을 화면 한곁에 그려냈다면, 1980년대에는 서양 명화뿐 아니라 한국이나 동양의 고전 작품 또는 이미지를 함께 차용하고 일상의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면을 복합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시간의 복제-여행>(1995)과 같이 작품을 실제 공간에 놓는 일련의 설치 작품들을 발표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2000년대부터는 추상적 경향이 점차 심화하여 눈속임 기법의 환영적 이미지는 평면화되고 형상의 묘사는 가느다란 선으로 축약되었으며, 철사의 그림자가 사라진 회화적 입체감을 대신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여기서 철사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기성 오브레이자 선적 그리고 추상적 요소로 한만영 작업에서 주요하게 쓰인다. 이후에도 한만영은 화단의 유행이나 시류에 휩쓸이지 않고 일관된 예술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정보나 기술을 부지런히 습득하며 작업의 깊이를 더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기법적 실험과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적 지평을 넓혀온 그의 최근작들이 노년의 작가가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고루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자유로운 이유이다. 

 

*작가 블로그 : https://www.art500.or.kr/blog/hanmanye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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