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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緣 Ties

收穫의 季節, 가을.

by 여우ㅤㅤ 2023. 10. 22.

한국의 가을 날씨는 평균 14-15도로 선선한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도 어느덧 아침쌀쌀, 오후선선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과 즐거운 생각으로 이런 활동, 저런 여가를 이어가다보면 어쩌면 가을은 볕이 부시고 눈이 배부르고 마음이 평화로운 계절이 아니었던가요. 유실수에는 과일이 펜던트처럼 달려있고, 동물들은 살찌운 모양으로 튼실합니다. 

연말은 여러 결실을 챙기는 시즌입니다. 회계년도 마감에는 입시생과 초년생들에게 진학과 취업이라는 문이, 한창 때의 근무자들에게는 평정과 승진이, 상급자들에게는 정년과 퇴직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파릇한 어린잎 시절에는 모두 화려한 열매를 꿈꾼다 했던가요. 사실 가을 풍경에 열매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북한 낙엽도 가을이니까요.

낙엽도 예전에는 한줄기 햇살에 수줍던 봄초록의 이파리였습니다. 별다른 노력없이도 매일 아침 새로운 활기가 피어나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봄새순은 다정하고 화려한 봄을 낭비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을 것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은 꽃잎을 내놓으며 이 나무가 사과를 맺을 지, 복숭아를 맺을지 알리게 됩니다. 그리고 거침없이 뜨겁게 전진하는 여름에는 같은 밤을 지새우는 나무들과 만나 왕성하게 솟아오릅니다. 장마를 만나 폭우에 젖어 헤어 나지 못하는 시간도, 빗물이 마르고 구름이 걷힌 세상도 알게 되겠죠. 이제 가을이면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봄에 있는 어린 후배들에게는 지혜의 말을 고르고 조심스레 전해주려 합니다. 그리고 남긴 흔적이 낙엽처럼 그들 발길에 놓여, 정겨운 향기를 내뿜기를 바래봅니다. 

겨울 나무는 비로서 삶의 순환을 이해하고 떠날 준비로 돌아보고 있을 것입니다. 헐벗은 가지를 훤히 드러내 후회나 속죄할 것이 남아있는지 가늠해 보겠지요. 평생 이루지 못한 소원을 세어보고 겸허히 미련을 거두고 있을 것입니다. 이 나무가 부디 인생의 순환을 마주하고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또 봄이 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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