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 緣 Ties

린드버그 안경

by 여우ㅤㅤ 2023. 10. 4.

어린 나이에 처음 시력을 검사하고, 첫 번재 안경을 건네받았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은 흐릿하고 불분명한 엉망친창의 모양에서 수정처럼 맑은 풍경으로 변화했습니다. 당시 이것은 어떤 계시와도 같았습니다. 그러한 선명함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세상의 미묘함을 자각하면서, 주변에 사소하게 놓였던 아름다움과 그간 우리가 당연시하던 것들을 더욱 관찰하게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안경은 독특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한 쌍의 렌즈가 놀랍게도 나에게 몇가지 외모를 더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일부라고까지 여겨지던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 첫 순위에 들어, 여기에 그간 의지하던 기록을 적습니다.

'타협점 없는 디테일'이라는 모토로 유명한 린드버그 LINDBERG는 안경을 제조하는 덴마크 회사입니다.
1969년, Poul-Jørn Lindberg와 그의 아내 Hanne Lindberg가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Erhus의 중심부에 'Lindberg Optik'이라는 사명으로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1984년 Poul-Jørn의 아들 Henrik Lindberg과 함께 디자인 하우스 'Lindberg Optic Design'이 문을 열었습니다. 디자인 하우스 개설 2년 후, 수작업으로 만든 최초의 에어티타늄 Air Titanium이 출시되었습니다. 나사 없는 힌지 디자인이 유명한 티타늄 와이어 프레임입니다.

LINDBERG Air Titanium Morten 2013.3.31 구입

매우 가볍고 착용감이 좋습니다. 하지만 재질과 구조상 얼굴에 맞는 피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착용감이 별로 입니다. 처음 피팅을 할 무렵, 본사에서 긴 다리를 구해 적당한 형태를 갖출 때까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와이어 형태 안경은 정성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식판매점에서 한두번의 부품 교체가 필요했습니다. 어느 정도 적당히 편한 형태로 익숙해 진 뒤, 야외에서 선글라스의 필요가 커져 에어티타늄에 선글라스 클립온을 사용했습니다.

LINDBERG Clip On

에어티타늄은 유명 인사가 착용했다는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해 금새 식상해지기도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빌 게이츠, 요요마, 맷 데이먼 등이 착용한 모습을 모아둔 페이지가 있고, 한국에서는 주로 정치인 문재인, 홍준표, 송영길, 안희정, 이철희,정일환, 정진석, 조정식, 이병기, 한승수, 현기환, 최유나, 김흥준 등이 사용한 바 있으며, 작가로는 김수현, 이어령, 황석영, 영화감독 박찬욱, 황동혁 등이 쓴 모습이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고 있고, 동그란 안경테가 지겨워 질 무렵 린드버그의 뿔테 안경을 구입했습니다. 린드버그는 이외에도 다양한 소재의 안경을 출시해 왔는데 실제 물소의 뿔을 이용한 Buffalo Titanium이 있습니다. 물소 뿔의 색상과 패턴은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개별적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형태의 프레임이 만들어집니다. 

LINDBERG Buffalo Titanium 1803 H18/10 Horn 2014.9.28 구입

실제 뿔테인만큼 여름에 습기를 머금게 되면 물소 뿔의 길이 팽창이 일어나 안경알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있어 렌즈를 교환한 적이 있습니다. 더불어 한번은 티타늄 프레임이 아래와 같이 부러져 문제가 되었는데 본사를 통해 수리할 수 있었습니다. 

린드버그 안경은 총판 없이 본사와 안경점이 직접 계약하는 시스템이라서 취급점이 많지 않습니다. 보증기간은 인증 딜러마다 상이합니다만 고가의 제품인 만큼 서비스 차원에서 직접 수리도 하고 본사에 대행으로 접수를 해줍니다. 브랜드 헤리티지에 걸맞는 만족스러운 수리 경험이었습니다.

 

일상의 안경으로 뿔테를 만족스럽게 사용중입니다. 하지만 태양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던차에, 가로 방향의 티타늄 다리를 갖춘 8310 계열이 등장해 선글라스로 구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보증을 위해 다시 린드버그를 구입했습니다. 

LINDBERG Sun Titanium 8310 2023.5.27 구입

 

안경은 가장 가까이 일상에서 함께 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언제나 섬세하고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들을 고르게 됩니다. 다소 한가지 브랜드에 신뢰를 느끼는 바가 다양한 경험을 제한하는 느낌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만족스런 안경들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만 맘에드는 안경집을 구하지 못해, 나중에 여행나가면 아래 케이스를 하나 얻어와야 겠습니다. 
*참고 : https://www.smythson.com/int/search/?q=sunglass

*컬렉션. Lindberg Buffalo Titanium (왼쪽 위), Lindberg Sun Titanium (오른쪽 위), Lindberg Air Titanium (아래)

 

 

 

 

반응형

댓글